“이마이씨?” 이제 가로등이 하나 둘 깜빡이기 시작하는 거리의 한 가운데에서 사요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여기에 있을 리 없는 한 사람이. “안녕?” 여전히 교복 차림인 채로 난간에 걸쳐 앉은 그 사람은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사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혹시 제 문자 못 받으셨나요?” “아니, 받긴 받았는데.” 오늘은 다른 일이 생겼습니...
이제 막 날짜가 변한 시간, 모든 불이 꺼지고 모든 손님들이 잠에 들어 어둠과 고요로 가득 찬 방에서 에리가 눈을 떴다. “노조미?” 잠에 들 때까지 있었던 누군가의 부재를 확인하고는 튕기듯 몸을 일으켜 놀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손으로 이불 속을 헤집어도, 급하게 거실을 둘러보아도, 함께 잠들었던 노조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
“이마이씨!” 익숙한 목소리에, 심해에 가라앉았던 의식이 부상한다. 눈을 가득 채우는 환한 빛, 그리고 낯익은 비취색 머리칼. 그 주인은 걱정스런 눈으로 이마이 리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예요?” 무슨 일이었을까. 내용은 기억할 수 없어도 느낌은 알 수 있었다. 이마이 리사가 없는 세계. 그 세상은 너무나도 잘 움직이고 있어서 현실의 이마이...
미타케 란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은 금세 모카네 반에도 전해졌다. 1교시가 끝나자마자 네 명은 란의 반으로 달려가서는, 마스크를 쓴 란을 둘러싸고는 온갖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러니까 그냥 목이 아플 뿐이라니까.” 조금 거친 목소리였기에 란이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셋은 오도방정이었다. 오직 단 한명만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고 ...
“있지, 사요.” “네.” 리사의 나지막한 부름에도 사요는 손에 든 크레이프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건성으로 답했다. 야외 테라스의 햇빛 때문인지 어떻게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 때문인지 인중이 구겨져 있는 사요를 보고 있자니, 리사는 괜히 웃음이 났다. “저 부르지 않았나요?” “응? 아,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사요는 의외로 여러 가지를 한 번에 해낼 수 ...
지휘실 내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해 너무나 조용했다. 일제히 서서 초조하게 보고를 기다리는 부관들과는 달리 오로지 유키나만이 의자에 의연히 앉아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유키나의 자리에서 가장 먼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익숙한 부하들 사이에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얼굴이 끼어 있었다. “소장님, 석양대대-” “보고는 됐어.” 굳이 신원보...
오늘은 굉장히 이상한 날이었다. 아니, 고등학교를 올라와서 지금까지 지내 온 날들을 비교해보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으려나. 그래도 코코로를 만나기 전의 십여년의 평생과 코코로를 만나고 일년 남짓한 순간을 통틀어도 오늘은 역시 위화감이 있었다. 정확히는 어제부터였을까. 평소라면 탈을 벗고 있는 미-군에게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코코였지만- “미-군! 우리...
“있잖아, 사요.” “네.” 리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사요는 차례대로 옷을 꿰어가며 건조하게 답했다. 언제나처럼, 리사는 침대에 엎드려 누워있는 채로. 그리고 사요는 등을 돌린 채로. 방금 전까지 서로 껴안거나, 쓰다듬거나, 숨을 섞거나 하는 일은 모두 없었던 일로 하듯이. “왜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는 거야?” “이마이씨, 계약 위반인 거 알고 계신가...
“토모에, 이거 어때?” 부끄럽게도 히마리는 속옷 세트를 토모에의 눈 앞에 들이밀고 있었다. “귀, 귀엽네.” “정말이지 진지하게 골라달라고!” 히마리는 뭔가 불만인지 볼을 부풀리고 있었지만, 정말로 삐죽대고 싶은 건 토모에였다. 선물을 사주고 싶다는 말에 선약도 취소하고 왔건만, 콧노래까지 부르며 자기 속옷을 고르는 히마리를 보고 있자니 아무리 토모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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